PER과 EPS, '몇 년치 이익인가'로 가격을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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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 10배는 '지금 이익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10년치 이익으로 회사값을 회수한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그 전제가 거의 성립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PER = 가격 ÷ 이익
EPS(Earnings Per Share, 주당순이익)는 순이익을 발행주식수로 나눈 값입니다. 주식 한 주에 배당된 이익의 몫입니다. PER(Price Earnings Ratio, 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EPS로 나눈 값이고,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눠도 같습니다.
PER 10배는 회사가 지금 수준의 이익을 10년간 내면 그 합이 현재 시가총액과 같아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흔히 '이익 회수 기간'으로 설명합니다.
뒤집으면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입니다. PER 10배는 1/10 = 10%, PER 25배는 4%입니다. 이 형태로 보면 채권 금리와 직접 비교할 수 있어서, 금리가 오를 때 고PER 종목이 왜 먼저 흔들리는지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후행 PER과 선행 PER
후행 PER(trailing)은 이미 발표된 최근 12개월 실적을 씁니다. 사실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과거입니다.
선행 PER(forward)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향후 12개월 이익 추정치를 씁니다. 미래를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추정치이고, 대체로 낙관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종목의 후행 PER이 30배인데 선행 PER이 15배라면, 시장은 이익이 곧 두 배로 늘 것이라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두 숫자의 차이 자체가 '시장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를 말해 줍니다. 어느 쪽 기준인지 모른 채 두 종목의 PER을 비교하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PER이 낮아 보이는 함정
첫째, 경기민감 업종입니다. 반도체·해운·정유·건설처럼 이익 변동이 큰 업종은 이익이 정점일 때 PER이 가장 낮게 보입니다. 분모가 일시적으로 부풀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구간의 저PER은 저평가 신호가 아니라 이익 정점 신호일 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이익이 바닥일 때는 PER이 치솟거나 적자로 계산 자체가 안 됩니다.
둘째, 일회성 이익입니다. 부동산 매각이나 자회사 지분 처분으로 잡힌 이익이 순이익에 섞이면 PER이 뚝 떨어집니다. 다음 해에는 사라질 이익입니다.
셋째, 구조적 저PER입니다. 성장이 멈췄거나 규제·업황 위험이 큰 업종은 오랫동안 낮은 배수를 유지합니다. 싼 것이 아니라 원래 그 가격대인 것입니다.
그래서 PER은 절대 수준보다 비교가 중요합니다. 같은 업종의 경쟁사, 그리고 그 종목 자신의 과거 5~10년 범위와 견주어 봐야 지금이 어디쯤인지 보입니다.
지수와 ETF의 PER
지수에도 PER이 있습니다. 보통 편입 종목의 시가총액 합계를 순이익 합계로 나눠 구합니다(단순 평균이 아닙니다, 적자 기업 한 곳이 평균을 무너뜨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ETF 화면에 표시되는 PER도 같은 성격의 합산값입니다. 이 숫자로 '이 ETF가 지금 시장에서 어느 정도 배수를 지불하고 있는가'를 볼 수 있고,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끼리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반면 성격이 다른 ETF끼리 비교하면 성장주 쏠림 정도가 드러납니다.
여기서도 평균의 함정은 그대로입니다. 지수 PER이 올랐을 때 그것이 전체가 비싸진 것인지, 비중 큰 몇 종목만 비싸진 것인지는 구성종목과 비중을 봐야 갈라집니다. 상위 종목 쏠림이 심한 지수일수록 이 확인이 중요해집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