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E, 싼 회사와 좋은 회사는 다르다
작성·관리: ETF Scanner · 내용 정정 요청
PBR이 '얼마에 사는가'라면 ROE는 '그 자산이 얼마를 벌어오는가'입니다. 저PBR 종목의 상당수는 싼 게 아니라 ROE가 낮은 것입니다.
자기자본이익률이 재는 것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는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주주가 회사에 남겨 둔 돈 100원으로 한 해 동안 몇 원을 벌었는지를 말합니다.
ROE 15%는 주주 자본 100원이 15원의 이익을 만들어냈다는 뜻입니다. 이 이익을 회사에 다시 쌓으면 이듬해 자본이 115원이 되고, 같은 ROE를 유지하면 다음 해 이익은 17.25원이 됩니다. 높은 ROE를 오래 유지하는 회사의 자본이 복리로 불어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ROE는 '수익성'인 동시에 '자본이 스스로 커지는 속도'입니다. 배당으로 나가는 몫을 빼면 대략 그 회사의 자연 성장률에 가까워집니다.
ROE를 세 조각으로 나눠 보기
같은 ROE 15%라도 만들어진 경로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고전적인 듀폰 분해는 ROE를 세 조각으로 나눕니다. 순이익률(이익 ÷ 매출) × 자산회전율(매출 ÷ 자산) × 재무레버리지(자산 ÷ 자기자본)입니다.
명품 브랜드는 마진이 높아서, 대형 유통업체는 마진은 얇아도 자산을 빠르게 회전시켜서 ROE를 만듭니다. 둘은 사업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지만 숫자 하나로는 구분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세 번째 조각입니다. 부채를 늘리면 자기자본이 상대적으로 작아지므로 ROE는 자동으로 올라갑니다. 사업이 나아진 게 없어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ROE는 항상 부채비율과 함께 봐야 하고, 자사주 매입으로 자본을 줄인 경우도 같은 방식으로 ROE를 밀어 올립니다.
PBR = PER × ROE
세 지표는 따로 노는 숫자가 아닙니다. 정의상 PBR = PER × ROE가 성립합니다(시가총액/자본 = (시가총액/이익) × (이익/자본)).
이 항등식이 말해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PBR이 낮다는 것은 시장이 낮은 PER을 주고 있거나, 회사의 ROE가 낮거나, 둘 다라는 뜻입니다. ROE 5%인 회사에 시장이 PER 10배를 준다면 PBR은 0.5배가 됩니다. 이 0.5배는 저평가가 아니라 산수의 결과입니다.
반대로 ROE가 20%로 회복되면 같은 PER 10배에서도 PBR은 2배가 됩니다. 저PBR 종목이 재평가되는 국면은 대개 밸류에이션 배수가 오르기 전에 ROE가 먼저 움직인 경우입니다.
그래서 저PBR 종목을 볼 때 던질 질문은 '왜 이렇게 싸지'가 아니라 '이 회사의 ROE가 올라갈 이유가 있는가'입니다. 주주환원 확대, 비효율 자산 정리, 업황 회복처럼 ROE의 분자나 분모를 실제로 바꾸는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ETF에서 확인하는 법
'가치주 ETF'와 '퀄리티 ETF'가 갈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가치형은 대체로 PBR·PER이 낮은 종목을 담고, 퀄리티형은 ROE가 높고 안정적이며 부채가 적은 종목을 고릅니다. 이름이 비슷해 보여도 담긴 종목은 거의 겹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판별은 간단합니다. 상위 편입 종목을 열어 보면 됩니다. 은행·지주·소재가 상위에 있으면 가치형, 소프트웨어·헬스케어·소비재 브랜드가 상위에 있으면 퀄리티형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표 하나로 고르는 전략일수록 어떤 구간에서 잘 듣고 어떤 구간에서 오래 소외되는지가 뚜렷합니다. 그 성격을 알고 담는 것과, 이름만 보고 담는 것의 차이가 결국 보유 기간을 견디는 힘이 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